'무릎팍 도사'에 의자가 생긴 이유는?
- 양반다리는 ‘디스크’다리?
<무릎팍 도사>는 유명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가끔 보면 강호동의 입담과 초대자의 진솔한 이야기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보고는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 이다보니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앉아있으면 허리 아플 텐데…….’ 모르긴 몰라도 녹화시간이 한 두 시간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무릎팍 도사>에 등받이가 달린 좌식 의자가 생긴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낮은 책상 아래로 큰 홈이 파여 다리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실로 반가운 변화였다. 아무리 좌식이 생활화된 우리나라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 앉아 있다 보면 허리며 다리며 안 아픈 곳이 없게 마련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양반다리를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 쯤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좌식 문화여도 일본은 무릎을 꿇는 자세가 보편화 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양반다리’는 그 이름만큼이나 한국적인 자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자세 중 좀 더 건강에 나쁜 자세를 골라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는’ 자세를 택할 때가 많다. 무릎 관절 등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양반다리는 상당히 편한 자세처럼 여기곤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몸은 너무나도 ‘힘’이 든다. 허리를 곧게 펴지 않고 구부정하게 앉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리 되면 척추가 받는 압박은 커지게 된다. 특히 등받이가 없는 맨바닥임을 고려해봤을 때, 잠깐이라도 척추를 받쳐 줄 곳이 없다는 것은 온전히 척추 자체의 힘만으로 앉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반다리를 했을 때 뼈의 모습을 보자면 대충 이와 같다. 골반이 뒤로 빠지고, 이로 인한 신체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C자’ 허리가 일자로 펴지게 되면서 요추에 압박이 가해지는 양상이다. 주로 요추 4, 5번 부근 디스크에 심한 압력이 가게 되어 요통을 일으키는데, 바닥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허리가 더 뻐근해진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허리에 무리를 주어 퇴행성 변화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 사실 이 부위는 허리디스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 중 하나다. 게다가 양반다리가 영향을 끼치는 곳은 허리뿐만이 아니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종아리 부위가 밖으로 휘는 ‘O자 다리’나 팔자걸음을 유발하기도 하며, 고관절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허리가 약한 사람, 항상 자세가 구부정한 사람 등이라면 당연히 바닥에 앉기 보다는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오랫동안 고수해 온 좌식생활을 버릴 수 없다면, 적어도 등받이가 달린 좌식 의자 하나 정도는 마련하는 것이 좋다. <무릎팍 도사>에서처럼 밑에 홈이라도 팔 수 있다면 더더욱 좋고 말이다.
한 가지 걱정인 것은, 초대 손님은 등도 기대고 다리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반면, 진행자인 강호동과 보조 MC인 유세윤, 올밴은 여전히 ‘바닥신세’라는 것이다. 초대 손님이야 한 주 나오고 말면 그만이지만 이 세 사람은 계속해서 같은 자세로 매주, 몇 시간 씩 촬영을 해야 하니 그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얼마 전 가수 세븐이 편하게 등을 기댄 채 말을 하는 모습과 책상에 바짝 붙어 앉은 강호동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더해져만 갔다. 아무래도 ‘도사’ 컨셉을 유지하려다 보니 진행자들은 편히 앉을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쉬는 시간마다 허리를 돌려주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 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계속하기 위한 건강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형석 박사(장형석한의원 척추관절센터 원장/전문의)